고소한 향기가 나는, 은은하게 풍기는 커피향을 저는 좋아합니다. 거처의 가까이에 최근에 알게 된 분위기가 좋은 커피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그곳의 직원들은 친절하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러 오거나 각자 쌓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그곳에 오는 것 같습니다. 조명은 따스함을 품은 노란색이었고, 무심하게 놓인 화분과 같은 이름표를 가진 물건들이 자연스러운 듯 또는 부자연스러운 듯 놓여 있는 커피 가게입니다. 최근엔 일이 많아져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됐습니다.
그 커피 가게에 자주 드나들게 되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쌓인 일을 처리하고, 건강과 안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오래된 벗의 휴가 소식이 있다면 시간을 내어 함께 식사를 하곤 합니다.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에는 반복되는 하루에 싫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철학자 니체는 아모르 파티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뜻은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삶, 이 인생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타인이 정해놓은 운명에 따라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손으로 해쳐나가기로 자신의 삶이 만들어내는 운명에 따라 살아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라고 합니다.
자신의 하루가 평생 되풀이되더라도 이 삶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마음 먹으라는 니체의 말을 생각하면, 당신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당신은 어떤 풍파가 찾아오더라도, 항상 웃는 모습으로 저를 반겨 주셨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꽤나 길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당신의 곁으로 돌아가게 되듯이, 결국 스스로의 운명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도는 길에도 웃으며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분들에게 선뜻 다가가 길을 알려 주던, 산책 길에 주운 도토리를 모아다 이웃에게 나누어주던 당신은 진정 운명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과 학생들을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다
이번 겨울 방학 때에는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굉장히 바빴습니다. 친한 동기들이 과 학생들을 위한 예약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예약 웹 사이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 하자고 했을 때 선뜻 용기내어 자처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팀원은 프론트엔드 개발자 두 명, 백엔드 개발자 나 한명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전체적인 인프라 세팅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AWS의 서비스는 EC2밖에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양한 AWS의 서비스를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버 세팅 뿐만 아니라, 프론트엔드를 배포하는 방법이나 CI/CD 구현을 통해서 프로젝트의 진행을 자동화하는 과정에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자동화된 배포 환경을 통해서 개발자가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큰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다
겨울에는 시대생 팀원들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졸업식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저 또한 사람들이 축하해주러 모이는 자리에 함께하였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졸업하는 사람을 축하해주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은 굉장히 멋진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빛내러 와준다는 것에 조금의 위화감조차 들지 않을 만큼 빛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대학 생활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대학 생활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렇게 성대한 졸업식을 꼭 이루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성대한 졸업식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공대 학생회 팀에 합류하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은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뿐이 아닌 기획자로서 다양한 사랑을 전하기 위해 올해는 서울시립대학교의 공과대학 학생회의 일원으로 합류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공과대학 학생회인 새:로는 학교 내의 일곱 개의 공과대학 소속 학과들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었습니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학교 축제 때 공과대학 학생회를 소개하는 부스였습니다. 이 외에도 공대 학생들을 위한 LT나 공대 학생들을 위한 체전 등을 추진하는 이 곳은 대학생활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GDSC 마지막 행사인 Job Fair
GDSC의 백엔드 팀 활동은 2023년을 기점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GDSC에서 주최하는 행사인 Job Fair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기업들의 설명을 듣고, 여러 강연들을 보고 들었습니다.
여전히 이곳의 열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술을 통해서 세상을 좋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중간에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Google에서 제시한 17개의 사회 문제를 선택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알람 앱이나, 주변의 산책로를 제공해주는 앱 등 훌륭한 서비스들이 수상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개발자들이 나와 이야기를 하며, 개발자로서의 삶에 대해서 많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개발자들이 함께하는 자리에 참석하면 항상 들뜬 기분이 들고는 합니다. 2022년의 정션 아시아 해커톤에 참가했을 때와 같이 이러한 현장을 보면 감동에 늘 벅차곤 합니다. 개발자로서의 희열이 있다고 할까요. 이렇게 GDSC 맴버로서의 마지막 행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벅찬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 많은 사랑을 전하기 위해, 시대생 리빌드
2023년도의 중반에는 정말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어떠한 이유가 있었냐면, 서울시립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기능을 제공하는 시대생 어플리케이션의 리빌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Flask 및 Nestjs 프레임워크 기반의 MSA 구조로 이루어져 있던 시대생의 인프라는 꽤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시대생 어플리케이션의 탄생이 커뮤니티 및 유틸리티를 겨냥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서비스에 다양한 이벤트 서비스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트래픽이 비효율적으로 서버를 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MSA로 새로운 서비스를 기존 서비스에 가져다 붙이는 구조였지만, 기존의 서비스 자체에서 정보를 받아오는 데 홉이 많았기 때문에, 트래픽 이슈도 있었고 기술 스택이 굉장히 낮은 버전이었습니다. 프론트엔드는 Vue 2.0을 쓰고 있었고, 백엔드는 Flask와 NestJS를 섞어 쓰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대중적인 기술 스택이자 트래픽을 받는데 좀 더 좋은 스펙을 가진 자바 기반 언어인 Kotlin 언어와 JDK 17 & Springboot 3.1과 같은 최신 스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MSA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모노레포 구조를 통해서 서비스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다양한 최신 기술을 택하게 되면서 굉장히 많은 난관에 처하게 됐습니다. 코틀린은 친숙한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문법에서 어려움을 꽤 겪었고, 다양한 부분에서 최신 기술을 썼기 때문에 호환이 안되는 문제 등 굉장히 많은 문제가 발생하여 API 개발은 생각보다 많이 늘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로그인 구조도 친숙한 username & password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정말 최신 기술만 모아다가 사용했기 때문에 올해 중반은 정말 바빴습니다.
인프라 또한 모든 서비스를 k8s로 관리하기 위해서 AWS의 EKS로 전환하게 되었으며, ArgoCD를 통해서 gitOps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서비스를 도커라이징하여 eks로 관리하는 과정은 큰 문제가 없었으나, AWS의 리소스에 k8s 환경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AWS Assume Role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EKS의 IRSA 기능을 사용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프링 서버를 도커라이징 후 docker-compose 및 k8s 환경에서 배포하고, spring security를 세팅하고, node 스크립트를 통해 k8s의 cronjob 환경에서 돌아가는 스크래퍼를 설계하는 등 어려운 일들을 맡게 됨으로써 많이 성장한 시간이었기도 한 것 같습니다.
마치며
일장일단이라고 하지요. 좋은 일이 굉장히 많았고, 당연하게도 슬픈 일도 꽤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운명
운명의 정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이 나아갈 길과 인간과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에 의하여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요?
실험 등에서 같은 조건에서 같은 방법을 행하면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이 것을 통해 "원인이 같으면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인과율이라고 부릅니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산다면 결국 정해진 운명에 따라서 삶이 흘러가게 된다고 믿습니다. 반대로, 정해진 운명을 거스를 수 있을 만큼 강한 인과율이 있다면 다른 운명을 선택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운명을 사랑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현재에 최선을 다하여 인과율에 의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결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불러일으키는 삶을 사는 것이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이 아닐까요.
길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져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는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마지못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갖기 위해서 지금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합니다. 당신이 그래왔듯이 쓸쓸한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나중에는 충남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밭을 일구며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당신이, 당신의 운명을 마지못해 사랑할 수 밖에 없듯이 최선을 다해 스스로도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려고 합니다.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던, 당신의 뒤를 이어 운명을 바꿀 수 있을 만한 강한 인과율을 통해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운명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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