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요즈음에는 당신의 웃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합니다. 당신은 웃는 얼굴로 요즘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럴 때에는 함께 웃어줘야 하는지 함께 울어줘야 하는지 헷갈리곤 합니다. 당신이 이내 보여왔던 의연함을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당신을 맞이합니다. 당신은 아마 본인 스스로가 아프다는 사실보다, 아프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약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항생제로는 감당이 안 돼 치아를 뽑는 방법밖에 없다고 합니다. 병원비가 많이 늘었고, 약 없이는 잠에 들기 힘들다고는 합니다. 그러한 말들을 내려놓기 이전에 제게 요즘은 잘 지내는 지 돈은 부족하지 않은 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이것저것 먼저 안위를 물어봐주시곤 합니다. 학창 시절을 상상하고는 합니다. 철없는 마음에 투정을 부릴 때에도, 당신이 해주신 간곡한 부탁을 거절했을 때에도 당신은 싫은 내색조차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여전합니다. 여전히 싫은 내색 보이지 않으며 묵묵히 당신의 의연함을 지켜나갔던 것 같습니다.
보일러와 함께 따뜻한 집에서 누워 있노라면, 화성의 한 시골 마을에 있을 당신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곳은 너무 추우며 가스 난로를 때고, 공허할 정도로 큰 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은 은연중에 고향인 충남에 내려가서 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의 덕에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당신의 덧없는 바람을 돕고자 합니다.
혼자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다
장마철이 지속되는 여름의 일이었습니다. 그 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너무나 정신이 없었고, 주말 동안 완전히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말 동안 잠깐의 산뜻함을 느끼고 싶었으나 국내에는 비가 올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갑작스럽게 대만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출국까지 10시간이 남은 시점 부랴부랴 짐을 싸서 대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좁디좁은 캡슐 호텔에서 무더운 날씨에 며칠간 묵으며 혼자서 다양한 곳을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온 개발자, 바닷가 근처에 살고 있는 댄서가 되고 싶다는 소녀, 대회 선수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다른 일이 하고 싶다는 선수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의 꿈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출국하는 마지막 날에는 대만에 간 첫날 충전기를 꽃을 자리를 찾아 해매던 스타벅스 시먼(XIMEN)점에서 제게 충전기를 빌려주었던 고마운 싱가포르 개발자인 에디 용과 함께 점심을 먹고 귀국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전 세계의 모든 윈도우가 블루 스크린이 떴다는 뉴스 기사가 났을 때인데, 그에 대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각각 저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갖고 이곳에 혼자 온 사람들을 봤습니다. 연인의 다리에 혼자 우두커니 버스킹을 하고 있던 한 남성분을 기억합니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지만 혼자 앉아서 오랜 시간 동안 그의 노래를 귀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뭔가 홀린 기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을 채워나가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타와 하모니카, 그리고 스피커정도. 이 사람은 그 정도로 자신의 인생을 채워나가고 있었습니다.
혼자서의 여행은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ChatGPT를 모바일로 사용하여, 대만어와 한국어를 번역해달라는 프롬프트를 사용하니 동시 번역이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34도의 무더운 날씨에는 대만에 온 것을 굉장히 후회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죽을 듯한 더위도 모두 기억 속에 남아서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항상 바쁠 때에도 시간을 내어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사람이 되고자 생각합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돕는 UOS Peer Advocate
재학중인 서울시립대학교의 공지사항에 올라온 재미있는 봉사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서울시립대학교로 단기 유학을 온 외국 학생들을 돕는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의 많은 것들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는 굉장히 귀하다고 생각하여 자원하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일본인 버디에게 서울의 많은 곳들을 구경시켜 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약학부를 전공하고, 도중에 미국 유학을 2년 동안 가서 먼저 석사 학위를 따고 다시 돌아와서 학사 학위를 마치겠다는 꿈을 가진 시게, SNS에는 꽃 사진밖에 없는 꽃을 좋아해 유럽으로 반년간 유학을 간다는 카사, 춤추는 것을 좋아하여 한국에서 단기 탐방하는 동안 춤과 관련된 장소에만 따로 들렸다가 귀국하면 좀 더 연습을 하겠다는 리사. 세 명 모두 저마다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갖고 낯선 땅으로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게라고 하는 재미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2주 동안의 한국에 잠깐 들렀다가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합니다. 약학부의 석사를 따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약학부 학사 도중 유학을 통해 석사 과정을 먼저 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약 2년 반동안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합니다. 내심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먼 곳에 2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는 사람 없이 보내기에는 꽤나 두려울 텐데, 그는 무언가 느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를 배웅했을 때, 그가 했던 말은 '인생은 단 한번뿐, 즐기는 사람이 승자'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미국으로 떠나갔습니다.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풀어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소설이나 영화로 나타낸다면 저마다의 스토리가 쓰일 것입니다. 지금 당장을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나는 앞으로 일생에 있어서 어떤 스토리를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금을 영화로 비교하면 시작 혹은 중반부 정도가 되었을까요? 나의 일생을 스토리로 담는다면 어떤 결말로 끝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자 합니다.
Ausgcon 2024
2024년 AUSG에서 개최하는 AUSGCON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 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다루는 것에 큰 관심이 있었고, 꽤나 관심있는 세션들이 많았습니다. AWS를 통해서 다양한 아키텍처를 구현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해당 컨퍼런스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굿즈도 받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세션을 통해서 AWS 및 인프라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세션들을 들으며 이해할만한 내용도 있었고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발표자분들께서 각각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 또한 다양한 기술들을 이용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습니다.
AWS의 서비스들이 갖고 있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언가를 구현하기 위해서 가져다 쓰지만, 각각의 서비스들은 깊게 생각해보면 기존의 아키텍처를 그대로 클라우드로 옮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레디스는 곧 ElastiCache, 데이터베이스는 곧 RDB, RabbitMQ는 SQS 등 예전이었으면 하나의 서버에서 돌아가고 있을 만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AWS에서는 하나하나씩 떼어내서 구성하였습니다. 순서가 조금 바뀌었지만, AWS의 서비스를 공부하면 온프레미즈의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본질은 어차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AUSGCON에서 본 많은 사람들의 아키텍처를 보며 아키텍트가 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공부가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AWS Certified Solutions Architect 시험
바로 일전에 AUSGCON의 세션에서 느낀 것으로 AWS에 대한 튼튼한 이론 공부가 제가 아키텍트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번의 AWS 프리티어 계정을 만들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이미 친숙한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WS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는 여타 다른 공부처럼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가 조금씩 조금씩 몰랐던 부분을 채워주면서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느낌이 난 것 같습니다.
회사 일과 학부연구생을 함께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격증을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오히려 이렇게 틈틈히 AWS를 공부하는 것 덕분에, 쉬는 시간 같은 느낌이 조금 들기도 하였고 개발자로서 학부연구생이나 회사 일에도 어느 정도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일들을 병행하면서 한 달이라는 시간 정도를 투자하여 AWS 솔루션 아키텍트를 취득하였습니다.
많이 높은 점수는 아니었습니다만,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내가 쓰고 있는 것들이 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AWS에서 1년 동안 쓸 수 있게 해주는 프리티어 계정을 두 번이나 만들면서 여러 서비스들을 쓰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론을 공부하게 되면서 내가 쓰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짚고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취득한 AWS 자격증을 통해서 '끝났다!'라는 기분도 잠시 들었지만, 이내 자격증 취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AWS 자격증은 나의 이론적인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을 주었을 뿐, 이제 앞으로 다양한 난관을 헤쳐나가기 시작하는 단계가 되겠지요.
2024 플랑크톤 해커톤
원래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학교 공식으로 진행하는 해커톤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주변 지인들께서 많이 힘을 들여준 덕분에 제 1회 서울시립대학교 해커톤인 플랑크톤이 개최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준비해 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다시 올리고 싶습니다. 처음 해커톤에 참여했던 정션 아시아 2022와 같은 가슴 뛰는 경험을 또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로서 또 한 번 타오르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우리 팀원들과 다양한 많은 팀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같은 학과 선배인 친한 형의 권유로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및 백엔드 개발 포지션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한 분 이외에는 일면식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인 지 해커톤이 시작될 때, 본격적으로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석사 1학년으로 LLM 관련 논문을 작업하고 있는 사람, 최근에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프론트 엔지니어, 다양한 사연이 있는 디자이너 등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3일간 해커톤을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먼저 CI/CD 파이프라인을 전부 구축하여 프론트와 백엔드를 모두 AWS에 띄우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밤에는 ML 엔지니어분께서 만든 모델을 Flask를 통해서 함께 서빙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메인 백엔드 서버와 함께 ML을 서빙하는 서버까지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후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을 도와서 cookie를 다루는 쪽의 로직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3일 동안 모두 부단하게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수상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팀의 수상을 보며 초라해진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고사성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변방 노인의 말이라는 뜻 입니다만 속뜻은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저는 하나의 실패 또한 좋은 경험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말 다양한 배경에서 온 팀원들과 3일 동안 상호작용하면서 프로덕트는 만들어보지 않았던 ML 엔지니어분과의 소통, 그리고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분과의 소통을 통해서 소통하는 방법을 크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아,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습니다. 일요일 새벽 발표까지 얼마 안남은 시간에 제 친한 지인이 있던 팀에서 싸우고 있다는 신세한탄을 들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는데 사소한 이유로 다투고 있어, 수상은커녕 개발조차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 팀은 높은 평가와 함께 우수상을 따냈습니다. 맨 처음 신세 한탄을 듣고서 저 팀은 수상할 수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만, 우수상장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수상하지 못했던 점은 지금 당장 생각해 보면 실패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 실패가 경험이 되어 성공을 안겨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제13회 피우다 프로젝트
제13회 피우다 프로젝트에 PM이자 팀장 포지션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서비스 기획, 백엔드 그리고 프론트엔드 두 명으로 이루어진 총 다섯 명의 팀입니다. 주제는 환경 정화를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으로 저희는 플로팅이라고 불리는 플로깅(plogging)과 미팅(meeting)을 합친 합성어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플로깅과 같은 환경 정화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습니다.
PM이자 팀장 그리고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포지션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세 번째 AWS 프리티어 계정을 발급하게 되었습니다. 프론트엔드의 배포는 S3와 cdn 그리고 route53을 사용해서 구현하였으며, 백엔드는 ECS를 통해서 구현을 하였습니다. 구현 도중에 생각보다 ECS 비용이 많이 발생하여, 주변 지인에게 학교 서버의 VM을 받아 백엔드 서버는 나중에 Jenkins를 통해서 배포하도록 마이그레이션 하였습니다.
AWS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얻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플랑크톤 해커톤에서 클라우드 엔지니어링을 통해서 사용했던 AWS를 이번에는 보다 깊게 다루고자 했습니다. 피우다 프로젝트의 심사 기준에 쓰인 운영에 대한 점수가 높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공들여서 아키텍처를 설계하였습니다.
그렇게 약 두달 정도의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은 시간이 흐르고 심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팀 플로팅의 발표는 후순위였고, 다들 우리 팀에 비해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팀의 퀄리티가 워낙 뛰어났기에 팀원들은 많이 당황하였고 저 또한 처음에는 당황하였으나, 이렇게 훌륭한 애플리케이션 피칭을 볼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던 맥북을 닫고 약 17팀의 모든 발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이 만든 훌륭한 서비스를 보면서 세상에는 많은 개발자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플로팅 팀의 차례가 되었을 때가 되어 직접 발표를 하였을 때, 심사 위원들 앞에서 많이 떨었고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이었으나 제대로 발표를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다음에는 보다 떨지 않는 모습의 엔지니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3년간 머물렀던 곳에서 퇴사하다
2022년 초반에 일입니다. 종근당 고촌재단이라는 곳에서 학사에 머무를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첫 면접이 기억이 납니다. 다섯 명이 다 같이 면접을 봤는데, 왼쪽부터 지원 동기를 말하라는 질문에 제가 면접을 통틀어 가장 먼저 했던 말은 "아는 형이 추천해서 지원했습니다"였습니다. 그렇게 면접관들은 당황하고, "끝이에요?"라고 되물어보았고 저는 "끝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제 다음 면접관들부터 각자 준비해 온 자신만의 이야기를 녹이며 지원 동기를 말하는 것을 듣고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수시를 써본 적이 없기에 면접 준비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지원 동기입니다.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운이 좋게 종근당 고촌재단에서 합격 통지서가 날아와 저는 자취하던 원룸을 빼고서, 고촌학사라는 곳에서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년간 머물며 대학 생활 동안 돈에 대한 걱정 없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졸업할 때가 되어 이제 고촌학사에서 짐을 빼게 되었습니다. 3년동안 함께한 곳을 떠나니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는 자유로움과 함께 낯선 환경에 다시 놓이게 되어, 예전의 편안함이 그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나의 룸메이트가 되어주었던 민성이 형, 조현서, 김경진, 용환이 형 모두 감사를...
서울시립대학교 졸업
2024년 12월 31일까지 졸업 인증인 외국어와 봉사활동을 제출하면 졸업 대상자가 됩니다. 31일이 되는 날 마지막으로 과사무실에 들려, 졸업 인증 서류를 제출하여 졸업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졸업과 관련하여 마땅히 좋은 사진을 찾지 못해 과거 첫 설렘과 함께 찍었던 정보기술관의 모습을 올렸습니다.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지금은 대학교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는 전부 없어졌습니다. 대게는 이루었거나, 혹은 이루지 못했던 것으로 대학생활의 기대는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졸업이란 단어는 꽤나 무겁습니다. 지금까지 세 번의 졸업을 했지만 여전히 무언가,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은 여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마침표의 다음에는 새로운 시작이 있을 것이며, 다음 챕터가 시작되면 항상 많은 부분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정말 학교라는 틀을 떠나서 완전한 사회인이 될 것입니다. 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고 새로운 일들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설렘 반 막연함 반을 갖고서 다음 챕터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해주었던 동기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대학 생활 내내 유일한 동기였던 강영형, 과제 마감 1시간 전에 과제를 보여주는 주형형, 언제든 게임을 같이 해주었던 건, 술자리는 빠지지 않는 희태, 항상 먼저 연락을 해주는 동인, 피시방이든 노래방이든 함께해준 륜, 불쑥 찾아가서 재워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허락해 준 승호, 항상 먼저 다가와서 무엇을 하냐고 물어봐준 만호,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는 착한 정훈, 같이 사진에 대해서 꿈을 이야기한 동희, 화끈한 성격의 영주형, 무덤덤한 재덕형, 이상한 산하형, 야구를 좋아하는 관빈형, 대학에서 처음 밥을 같이 먹은 명현형, 맛집 탐방을 같이 해주는 성규형, 이것저것 서로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명준형,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던 상훈, 항상 웃고 다니는 병호까지 저마다의 이름을 하나하나씩 적으니, 대학 생활 동안의 재미있는 추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 외에도 저와 함께 해주던 많은 사람들 덕분에 정말 재미있고 알차게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였던 것 같습니다.
2025년 시대생의 밤
대학 생활의 마무리와 함께 그동안 함께했던 시대생팀과의 작별도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약 3년간 항상 많은 것들을 함께 했던 동아리이자 비영리단체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원팀, 열정적인 사람들로 모인 곳입니다.
대학교를 본격적으로 떠나는 시간인 2월 말까지 시대생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였습니다. 마침 시대생팀에서 인프라 관련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전해듣고, 함께 시대생팀에서 많은 것들을 나누었던 친구 도일과 함께 인프라 세팅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기존에 하나의 물리적인 온프레미즈에 VMware로 세팅되어 있던 쿠버네티스 클러스터의 운용 난이도는 너무 높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도저히 쓸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힘든 인프라 구조로 인해서 팀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인프라 관리 담당이 없어 잠깐 방치된 온프레미즈 서버가 이렇게 발목을 잡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끄떡 없는 인프라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기존에 온프레미즈에 있는 모든 리소스를 AWS의 EKS에 옮기고, 모든 의존성을 전부 떼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AWS에 모든 리소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AWS의 리소스를 코드로 다룰 수 있도록 pulumi를 도입하였습니다. 관련해서 Doyle이 AWS Organization을 관리하던 도중 비용 결제가 안 되는 이슈로 인해 묶었던 계정을 풀게 되면서, AWS Vault를 통해서 접근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Idp가 필요한 상황인데, 클라우드에 접근하는 권한을 클라우드에서 발급해 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인증과 관련된 부분은 온프레미즈를 타도록 KeyCloak을 도입하는 중입니다만, 여전히 도일과 함께 많은 고민을 통해서 팀원들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구성하고자 합니다.
이 외에도 인프라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문서화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쿠버네티스나 플루미 혹은 테라폼이 가진 특징인 선언형 프로그래밍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사람은 항상 실수를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실수를 할 가능성을 낮추는 일 또한 SRE가 해야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가장 마음에 드는 패러다임은 선언형 패러다임으로 파편화된 명령형 패러다임의 커맨드를 한 곳으로 모으는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곤 합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선언형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해서 모든 것들 그렇게 만들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높은 수준의 문서화 작업을 통해서 다양한 명령어들을 어떠한 순서로 사용해야한다고 선언하는 문서를 잘 만들었다면, 어쩌면 선언형 패러다임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떤 사람도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차곡차곡 명령어를 친절하게 남겨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여러 분야를 공부해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역할은 SRE 혹은 DevOps라고 불리는 역할이었습니다. 뭔가 완벽함을 추구하는 느낌이 들어 더더욱 흥미가 생기는 점도 있으며, 든든하게 팀원들을 서포트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SRE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생각나는 키워드는 현재로서는 꼼꼼함이 아닐까 합니다. 커맨드 한 줄의 영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특출 나게 꼼꼼한 성격은 아닙니다만, 특출 나게 뛰어난 부분은 정리(문서화)를 잘한다는 점입니다. 선언형 프로그래밍처럼 SRE라는 역할을 맡을 것을 기대하며, 그 과정은 열심히 달려갈 미래의 제게 맡기려고 합니다.
CKA 시험에 합격하다
매년 11월 말에 블랙 프라이데이가 있듯이 12월 초에 사이버 먼데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CKA라고 하는 쿠버네티스 자격증의 시험 응시가 50% 할인한다는 뉴스를 알고 사이버 먼데이 일주일 전 쯤부터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AWS를 공부하여 자격증 땄던 것과 마찬가지로 제게는 실루엣만 보였던 쿠버네티스는 자격증을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부분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전통적인 강의식 교육 과정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확히는 비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하며, 학습이라는 것은 게임처럼 느껴질수록 좋으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많이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그냥 자리에 앉아서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를 유데미 강의를 듣는 것보다. 내가 조금은 써봤기 때문에 약 30% 정도는 알고 있고, 70% 정도는 모르는 내용을 배워가면서, 실전에 적용해 가면서 공부하는 과정은 공부가 아니라 게임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이렇게 AWS 자격증을 공부해 가면서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CKA 자격증도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시 자격증의 취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입니다. 긴 공부 과정의 끝에 자격증이 있기에 안도하며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었지만, 이내 다시 일어나 더 큰 목표로 걸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론을 막 제대로 공부한 참입니다. 자격증은 최소한의 이 사람이 무엇을 다룰 수 있다 정도의 가치이며, 엔지니어가 되려면 이론적인 부분은 물론이며 더 나아가 진정한 고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아키텍처를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이 조직에서 어떠한 기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 고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람이 되고자 더 높은 다음 목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침표.
2024년의 마지막 날, 오랜 시간 동안 제가 소속해있던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의 학과 사무실에 들러 마지막으로 외국어 졸업 인증을 냈습니다. 다른 조건은 모두 이미 채웠기에 이 서류를 마지막으로 이제 다가오는 2월에 졸업을 하게 됩니다. 대학교 졸업과 다양한 자격증을 땄고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만, 무언가를 마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긴 여행을 마친 기분입니다. 인생의 절반 가량을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지냈습니다. 이제 울타리 안에서 벗어날 차례가 됩니다.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으면서도, 울타리 밖의 세상에 대해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런 오묘한 기분을 느끼고는 합니다. 특히 2024년도의 하반기에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일과 학부연구생을 병행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도 많이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좀 더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고 수능이나 기타 시험을 준비하면서 항상 했던 생각인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없다.'라는 생각에, 다시 오지 않을 이 마지막 순간을 멋지게 장식하고자 했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쓴 밀란 쿤데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납깁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 라는 글입니다. 사람은 반복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항상 배부르고, 따뜻하고 안정적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파지고, 계절이 지나면 날씨가 바뀌고, 잠에 들고 싶지만 일이 많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으며, 병에 걸리면 앓아눕기 일쑤입니다.
결국 인간의 행복은 안정된 질서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보다 따뜻한 봄을 좋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시간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글귀를 보고 따뜻한 봄에 대해 느낀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는 따뜻했었던 봄을 기다릴 수 없고, 따뜻할 봄을 기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뜻한 봄이 원형으로 반복되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서 다음의 따뜻한 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게 맞이한 봄은 사실 우리가 느꼈던 저번, 저저번, 예전의 봄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나니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여전히 왜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마음가짐이 "이 힘듦이 끝나면 다시 예전의 평온함으로 돌아오겠지" 가 아니라 "이 힘듦이 끝나면 다음의 어디론가 나아가겠지"로 바뀌었습니다. 이전의 평온함을 잃고 힘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나아가는 시간 속에서 힘듦을 마주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압니다. 질서가 있기 위해서는 혼돈이 필요합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 다양한 환경을 맞이하게 되면 꽤나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나만의 질서를 찾고, 언젠가는 균형을 이루게 되겠죠.
너에게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서혜진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을 합니다. 출근길에는 항상 커피를 삽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루의 일과를 부단하게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면 따뜻함에 몸이 녹듯이 잠에 들곤 합니다.
제가 누리고 있는 이러한 당연한 행복은 사실 어느 하나 제게서 나온 것이 없습니다. 모두 당신의 덕입니다.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이지만, 어느새 제 일상에 너무나 당연하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제게서 어떠한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한 가지 고르자면 간간이 들려주는 안부 인사가 될 것입니다.
이내 당신이 준 당연함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당신은 제게서 무엇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자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갈색 신발과 색색별로 갖춰둔 후드티들 그리고 틈틈히 산 책들, 가방, 안경 그리고 나의 몸까지 어느 하나 제게서 나온 것이 없기에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모든 당연함에 감사함을 갖는 것과 안부 인사가 되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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